올 하반기 들어 유가가 오르자 어김없이 정유주들이 반응하고 있다. WTI 가격이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33.5% 오르는 동안 에쓰오일은 20.99%, GS는 10.37%, 현대오일뱅크를 보유한 HD현대는 17.70% 상승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배당수익이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정유주 주가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조선업종도 고유가의 대표적인 수혜주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 생산과 수출에 필요한 해양 플랜트와 원유 운반선 발주가 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이면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난다고 본다. 2016년 OPEC의 감산 조치 이후 HD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은 2017년 상반기에 27.4%, 삼성중공업은 34.5% 올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기계·조선업종의 주가는 유가와 같은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유가 상승 국면에선 이들 업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 항공주는 피해야 할 종목으로 꼽힌다. 항공유 구매 비용은 항공사 매출원가의 25% 안팎을 차지한다. 유가 상승이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2011년 고유가 여파 당시 대한항공은 한 해 동안 주가가 37% 넘게 하락했다. 2017년 하반기에도 OPEC 감산 여파 등으로 유가가 상승하자 이 회사 주가는 12.5% 떨어졌다.
태양광주는 통상 유가 상승 시 반사이익을 누리지만, 최근 들어선 의견이 엇갈린다. OCI홀딩스는 2011년 상반기 유가가 급등할 때 주가가 50.9% 뛰었다. 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세에도 OCI홀딩스의 주가는 8월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태양광 모듈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이 공급 과잉 등으로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원유 선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국제 원유 선물 가격 수익률을 추종하는 ‘KODEX WTI원유선물(H)’은 이달 들어 15일까지 11.3%, 같은 기간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11.4% 올랐다.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이달 들어 24.1% 뛰었다.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한다면 정유·에너지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가 제격이다. ETF인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H)’은 이달 들어 4.15% 올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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